"주식보다 대체투자 걱정에 잠 못이뤄요" '큰손' CIO의 토로[차준호의 썬데이IB]

입력 2022-10-12 18:13   수정 2022-10-17 15:07

이 기사는 10월 12일 18: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식·채권이야 사이클이 있는 데 방법이 있나요. 대체투자 걱정에 잠을 못 이루겠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국내 한 공제회·연기금의 A CIO와 점심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시장 상황을 묻자 의외의 푸념이 나왔습니다. 그는 "대체투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좀 바뀌고 있다"면서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요즘 취재를 다니다보면 A CIO만의 고민은 아닌 거 같습니다. 이런저런 걱정 속에는 대체투자의 본질을 꿰뚫는 얘기가 많답니다. 그의 걱정을 몇가지 테마로 재구성했습니다.

#자리 보전엔 '대체투자 확대'가 제격?

"운용하는 사람 입장에선 금리가 뛰면서 투자한 주식은 마이너스죠. 채권도 물론 이제 만기 보유 증권으로 있는 것도 있지만 시가 평가하면 지금 금리 상황에선 무조건 손실입니다. 그런데 대체투자만 전부 수익권이에요. 대체투자는 시가평가에 한계가 있어 착시가 있기 때문이죠. 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체 비중이 높은 것이 전체 기관 수익률을 이끌어가는거죠. 평가에 시차가 있으니까요."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국내주식 -19.58%, 해외주식 -12.59%, 국내채권 -5.80%, 해외채권 -1.55% 등 손실을 봤지만, 대체투자에선 7.25%의 수익을 거뒀다.)

"이렇다보니 운용역이나 저 같은 CIO 입장에선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제가 그래서 '컨티뉴에이션펀드'에 대해 우려했어요. 기자님 펀드가 지금 만기가 됐어요. 지금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는 자산이 몇 개나 될까요. 비상장주식이면 가치가 평가가 안 돼 있는데 비슷한 산업군 내 기업의 주가는 엄청나게 빠져있고. 누가 그걸 원하는 가격에 사려 하겠어요. 그렇다고 시장 가격에 파는 순간 펀드 수익률은 박살 나고 인센티브도 물 건너가는거죠."

"LP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시가에 그냥 던지는 순간 그 투자건에 다른 LP들도 줄줄이 들어있을 수 있고 투자한 펀드가 여러개일 수 있잖아요. 그러면 저가에 파는 순간 가격이 형성되면서 모든 펀드가 다 마이너스로 줄줄이 이어지는거에요. 어떤 LP가 지금 주식 채권이 망가졌는데 대체까지 손실을 보고 싶을까요. 내 목이 달렸는데."

"지금 자산을 아주 싸게 팔아버리면 기관들이 곤혹스러운 거고. 서로 만기 돌아오는 시점은 겹치고. 앞으로 대체투자에 쏴야 할 돈은 들고 있고. 그렇다보면 '우리 서로 피해보지말고 좀 이 펀드를 좀 이어가자' 유혹이 있지 않을까요?. 불과 몇 달전까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각 기관들이 빠짐없이 앞으로 대체투자를 늘리겠다고 중장기 계획을 짜놓은 상황이에요. 돈은 계속 유입되니까 내가 있을 때까지는 폭탄이 터지지 않겠지 라는 생각이 퍼질 수 있는 거죠."

#줄줄이 새는 수수료들 잡아야

"지난해만 해도 유동성에 힘입어 대체투자 요구수익률이 두자릿 수는 훌쩍 넘다보니 업계 모두가 호황 덕을 두둑히 봤어요. 그런데 호황이 끝나고 돌이켜보니 막대한 수수료들이 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플레이스에이전트(PA, GP와 LP를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얻는 에이전트)들에 나가는 수수료들이 가장 안타까워요. 모 운용사 출신 운용역이 나와서 PA 창업 1년만에 청담동에 빌딩을 샀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어요."



"한 때 기관들이 대체투자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을 땐 에이전트들에 내야하는 수수료가 2~3%씩 됐는데 지금은 1~2%까지 떨어졌어요. 그래도 500억 출자하면 에이전트 한 사람에 5억에서 10억이 소개료로 나가는 거에요. 운용사들에 내는 수수료야 펀드 만기에 맞춰 결성기간동안 펀드를 관리해주는 목적이 뚜렷하지만 PA들은 단순히 운용사를 소개시켜주고 책임에선 빠지는 구조에요. 운용사들이야 단순히 마케팅비용이라 생각하고 판매사에 비용을 떠넘기는데, 생각해보면 이 비용이 고스란히 기관들에게 전가되는 거에요."

"우리도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처럼 PA를 등록제로 운영을 해보자 고민도 해 보았어요. 경쟁을 시켜서 수수료를 좀 낮추는 효과도 있을 테고. 투명하게 수수료 납부 내역도 공개하면서요. 그러면서 차라리 금융감독원처럼 전문성 있는 기관이 감사를 하면 수수료지급도 투명성을 보일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보면 각 연기금 공제회 모두 전문성없는 정부기관이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해요. 국민연금도 보건복지부에서 감사하고 새마을금고중앙회도 행안부 소속이고. 공제회들도 각 소속 기관들이 감사를 하는 데, 투자 전문성이 없는 부처에서 감사하면 이런 사각지대를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회의적이란 생각도 들어요."

#대체투자는 만능일까

"불황을 직면하다보니 대체투자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들어요. 저금리가 이어졌을때만 해도 대체투자의 정의는 간단했어요. 금리는 계속 빠지고 채권금리는 2%대까지 빠지다보니 이런 것들만 투자해선 가입자께 돌려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도저히 안나오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채권보다 조금 더 수익이 더 높은 자산군이 필요했죠."

"주식은 위험부담을 져야하는 자산이니까 별개로 놓고 채권을 대체해야하는 데 채권만큼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은 높은 자산을 찾다 보니까 그게 대체투자였던 거죠. 그런데 실제로 채권 쪽에서 BBB, BB 등급 물건도 기관들은 그동안 잘 안 담았어요.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니까. 그런데 지금와서 돌아보니 PDF, PCF처럼 대체투자라고 포장을 바꾸니까 기관들이 투자에 담는 거에요. 하이일드라는 기존에 형성됐던 시장은 안 쳐다봤는데 이게 대체투자가 되니까 어 좋은 물건이야 서로 가져오라고 하는 거죠."

"그렇다고 대체투자가 더 안정적이냐 그것도 아니에요. 모든 돈을 투자할 땐 지분으로 투자하느냐 아니면 대출하느냐 두 가지 방법 밖에 없거든요. 전통적인 주식 채권은 역사가 쌓이면서 검증이 돼죠. 거래소도 있고 재무제표, 공시 의무도 준수해야하고. 채권도 검증된 신용평가사들이 투자에 적격한 회사인 지 투자자들에 보증해주는 장치들이 있고요. 그런데 외부 기관등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않아서 여태까지 투자 검토도 못했던 자산까지도 대체투자로 묶여버린 거죠."

"물론 실력있는 운용사들이 개별 투자의 리스크를 분산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리스크는 줄겠죠. 예를 들어 신용불량자한테 조금 더 높은 이율로 대출을 해주는 데 여러 신용불량자들을 놓고 '이 분은 지금 이제 직장을 잘 다니다 갑자기 건강문제로 쉬고 있는데 절대 나태한 사람이 아니야' 분류해줄 수 있다면 대출이자를 넘는 수익을 거두겠죠. 이분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상환해가면요. 그런데 갑자기 장마가 이어지면서 이분들이 일할 곳이 전부 사라진거에요. 그러면 각 운용사가 보유한 데이터들이 실효성이 있을까요.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나 걱정이 되네요."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